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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얼마나 좋은 책 출판되느냐, 나라의 품격"

[책과 출판│인터뷰 -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얼마나 좋은 책 출판되느냐, 나라의 품격"

롯데출판문화대상, 대기업 공익재단 유일한 출판 분야 상·총 상금 2억원 … "권위 있는 상으로 발전시키겠다"

2021-08-05 11:19:51 게재

■롯데출판문화대상은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어떤 상인가.

롯데장학재단이 추구하는 '학술진흥'과 '문화와 예술이 풍요로운 사회'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진행하는 공익사업이다. 간단히 말하면 좋은 책을 쓰고 만드는 이들에게 더 좋은 책을 쓰고 만들어 달라고 드리는 상이다.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제6대 행정자치부 장관(2003.09~2005.01)/제10대 해양수산부 장관(2003.02~2003.09)/광주과학기술원 총장(2006.02~2007.07)/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2002.12)/전 뉴욕시립대 교수/전 동아대 경영대학 경영학 교수. 사진 이의종

■롯데장학재단이 출판 분야에 상을 수여하게 된 이유가 있나.

개인적 가치, 생각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 국내외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선진국들을 보면서 출판문화의 중요성을 느꼈다. 우리나라가 50/30 그룹에 들었다. 인구 5000만명이 넘으며 국민소득 3만불 이상인 7개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정말 선진국인가는 다른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얼마나 좋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느냐'는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아닌지 판정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곧, 그 나라의 품격이다.

또 선진국을 보면 도서관 문화가 굉장히 잘 조성돼 있다. 도서관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다. 가족들은 주말이면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다. 백발이 지긋한 노인들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배고 자기 나름의 책을 읽는 기준, 세상을 보는 기준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도서관 문화는 출판 산업과도 관련된다. 도서관이 잘 조성된 국가들은 도서관이 책을 구입하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책을 내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않다. 때문에 양질의 도서 출판을 장려하고자 시작했다.

■롯데출판문화대상 외에 롯데장학재단이 펼치는 출판 사업이 있나.

교육부 교보문고재단과 함께 학생들이 전자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자도서관을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다. 햇수로 2년째다. 성과가 어느 정도 있는데 널리 알려지지 않아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책을 기증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지방에 있는 교육청과 협력을 해서 교육청 산하 학교의 도서관에 책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교육청과 협력을 했고 약 5억원을 지원했다. 학교에서 상당히 반응이 좋다.

또 롯데출판문화대상에 출판사들이 응모를 할 때 책을 제출하는데 이 책들을 병영도서관에 기증해 왔다. 응모된 책들은 약 1억원의 가치가 있다. 올해는 다른 기증처를 찾으려고 한다.

또 롯데학술총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출판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출판의 가치는 무엇일까.

책이 없다고 상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읽을거리가 없다는 것은 국민들이 지식을 접하고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없음을 뜻한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지만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는 없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국민들이 책을 읽으면 사회 전반적으로도 지성의 수준이 높아진다. 지식만 많이 갖고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성을 갖춰야 올바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인쇄술이 보급된 이후 성서가 발간된다. 이전까지 지식이 성직자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책이 만들어지면서 지식을 모든 사람이 공유하게 된다. 인간성이 회복되고 인권이 발전하는 등 역사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출판의 역할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외출이 쉽지 않은 가운데 TV만 볼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출판 분야에 상이 새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출판계의 반응은 어떠했나.

처음 상을 만든다고 했을 때, 출판계에서는 '정말 만들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몇 번 하고 마는 것 아닐까' 혹은 '롯데에서 왜 만들까'라고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왜 만들까'라는 질문에는 출판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사람이 오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었다고 답변하고 싶다. (허 이사장은 2018년 8월부터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또 '상을 통해 재정적 지원을 하면서 간섭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절대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선정에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는다. 심사는 객관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으며 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셔 진행한다. 기준도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정한다.

■수상작 중 인상적인 작품은.

앞서 지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 동안 없었던 책에 상을 주는 것을 큰 틀에서 기준으로 한다. 다행히 수상작을 보면 그런 책들이 제법 많이 발굴됐다.

우리 고대사에 대해 잘못된 점을 모든 자료를 종합해서 조목조목 평가한 역사책 '한국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왜곡'이 수상작 중 하나다.

또 하나는 잃어버린 말에 대한 책이다.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의 말에 대한 '거란소자사전'을 한국 학자가 최초로 냈다. 중국이나 일본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거란문자에 대한 사전이 나왔다. 상당히 의미가 있다.

■올해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9월 6일부터 30일까지 응모를 받아 책을 모아 심사를 한다. 책을 모으는 것은 한국출판협동조합에서 맡아서 하고 비용은 재단이 지원한다.

선정방식은 예전과 동일하며 심사위원만 일부 바뀌었다. 올해도 좋은 책들이 응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판계가 어렵기는 하지만 좋은 책을 내고자 하는 열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롯데출판문화대상이 어떤 상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나.

상에 응모하는 출판사들이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상으로 키워 나가고 싶다. (웃음) 시간이 지나 완전히 정착이 되면 상금을 더 올릴 계획이다. 우리나라 출판계에 확고하게 자리한, 권위 있는 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1~2년 상을 수여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고 10~20년 축적이 돼야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 출판계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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