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출판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29쪽에 실린 고조선 건국 연대 관련 설명. ‘기원전 2333년’이라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있는 것처럼 잘못 서술했다(밑줄 친 부분). 교학사·천재교육도 같은 지적을 받았다. |
'기원전 2333년 건국' 소개하면서 삼국유사 기록을 근거로 제시
"실제 기록은 조선시대 동국통감" 교육부, 해당 교과서에 오류 지적
三國 성립 시기 두고도 검토 요구
교육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보완 사항'은 근·현대사의 민감한 문제 외에도 고대사·중세사 서술의 많은 부분에서 학계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한 부분이 적잖다. 이 중에는 일반인의 막연한 역사 상식과도 배치되는 것들이 많다.
◇'기원전 2333년'은 '삼국유사'에 없다?
내년부터 쓰일 교과서 8종 중 교학사·금성출판사·천재교육 등 3종이 고조선의 건국 연대를 '기원전 2333년'이라고 한 기록을 소개하면서 그 근거를 '삼국유사'에 뒀다. 단기(檀紀)와 '반만년 역사'라는 표현을 낳은 이 연대는 실제로 많은 일반인이 일연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기원전 2333년은 '삼국유사'가 아니라 '동국통감(東國通鑑)'에 나오는 것으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1485년(성종 16년)에 나온 편년체(연대 순으로 기록하는 방식) 역사서인 '동국통감'은 중국의 요(堯) 임금이 즉위한 갑진년(甲辰年)보다 뒤인 무진년(戊辰年)에 단군이 즉위했다고 기록했다. 중국 북송 사마광의 '자치통감'에서 요 임금 즉위년을 기원전 2357년으로 봤기 때문에, '무진년'을 기원전 2333년으로 보는 계산이 나왔던 것이다.
◇서기 1세기에 백제·신라는 존재했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과서에서는 고조선 멸망 이후의 상황에서 위로부터 부여·고구려·옥저·동예·삼한을 표기한 지도를 삽입했다. 삼국 중 고구려가 먼저 성립됐고, 당시 아직 백제와 신라는 국가로서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식할 수 있는 지도다. 종래 학계에서는 서기 1~3세기에 이미 삼국이 모두 건국된 상황이었다는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을 불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번 수정·보완 사항에서 "고구려의 등장은 그 등장 시기가 백제·신라와 근접하므로 신라·백제의 등장을 표시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고고학적 성과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판단을 유보하되 '확인 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도 있다. ▲광개토대왕의 사망 연도가 서기 412년(광개토대왕릉비)설, 서기 413년(삼국사기)설로 나뉜 부분 ▲탐라국(제주도)이 고려시대 이전에 독립국이었다는 설과 백제·신라에 복속됐다는 설 등이 8종 교과서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 있다는 얘기다.
◇"독도, 태정관 지령·시마네현 고시 중요"
교육부는 8종 교과서가 독도 관련 서술에서 ①1877년 일본의 '태정관 지령'과 ②1905년 일본 시마네(島根)현 고시 제40호의 성격에 대해 추가 서술을 할 것을 주문했다. "죽도(竹島·당시 일본이 울릉도를 부르던 말) 외 일도(一島)는 본방(本邦)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담은 '태정관 지령'은 일본이 17세기에 독도 영유권을 확립했다는 '고유 영토론'을 무력화하는 자료라는 의미다. 또 시마네현 고시는 당시 일본 관보·일간지에 게재되지 않아 국내외적으로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제대로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