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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은 인류 세번째이자 5大 문명… 학계 논쟁 확산되길 바라” (서울대 신용하 교수)
“고조선은 인류 세번째이자 5大 문명… 학계 논쟁 확산되길 바라”
문화일보 2019.5.14
문화일보에 ‘인류 5대 古朝鮮문명’을 연재하는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13일 “식민과 전쟁, 분단 등 우리 민족의 고난에 관한 의문을 풀고자 민족 문제에 천착해 오다가 자연스럽게 민족의 기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고조선문명을 연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신용하 교수, 내일부터 인류 5대 ‘古朝鮮문명’ 본보 연재
한강·대동강·요하 유역 중심
5000년전부터 독자문화 형성
먼저 태양 솟는 나라 아사달서
‘아시아’란 표현 파생돼 나와
수메르·이집트 다음은 고조선
인도·중국문명보다 먼저 생겨
신석기 농업혁명·언어통일 등
독립문명 내용·조건 모두 갖춰
“고조선(古朝鮮)문명은 인류 4대 고대 독립문명의 내용과 구조를 모두 갖춘 새로운 5대 문명 중 하나였습니다. ‘우랄어족’ ‘알타이어족’ ‘우랄·알타이어족’의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과 문화·문명의 뿌리이자, 황하문명의 형성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독립운동사를 비롯한 한국근대사 연구와 역사사회학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신용하(82·학술원 회원)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고조선문명’으로 연구의 관심을 확장한 것은 20년 가까이 된다.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다가 2010년 ‘고조선 국가형성의 사회사’로 시동을 걸었고, 지난해 5월 마침내 고조선문명 형성론의 개설서라 할 수 있는 ‘고조선문명의 사회사’(지식산업사)를 펴냈다. 고조선문명을 인류 5대 문명 중 하나로 규정하는 연구로, 엄청난 폭발력 탓인지 오히려 학계나 언론은 잠잠했다.
15일부터 문화일보에 ‘인류 5대 古朝鮮문명’을 연재하는 신용하 명예교수는 “고조선문명은 새로운 개념이고 패러다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유물에 기초해 정립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국내 학계 일부와 재야사학 모두에서 비판을 예상하고 있으나, 이번 문화일보 연재에서 고조선문명이라는 새 인류 문명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연재에 앞서 13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 연재를 계기로 학계의 논쟁이 확산돼 연구가 다각도로 깊어지고,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며 “30년 후에는 고조선문명이 인류 5대 문명의 하나로 고교 국사 교과서에 들어갈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류 최초의 독립문명을 수메르(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문명, 이집트(나일강)문명, 인도(인더스강)문명, 고중국(황하)문명 등 4대 문명으로 배웠다. 신 명예교수는 “약 5000년 전 동아시아에는 한강·대동강·요하(遼河) 유역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고대 독립문명인 고조선문명(약 5000년 전∼2200년 전)이 실재했다”고 말한다. 신 명예교수에 따르면, 태양을 숭배했던 고대 인류는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간 ‘태양이 가장 먼저 솟는 땅’을 향해 유라시아 대륙의 해안을 따라 이동했는데, 태평양에 막혀 더 못 가고 모여든 곳이 ‘고(古)한반도’와 연해주 일대였다. 이곳은 구석기와 신석기 초기에 이미 유라시아 대륙의 상대적 인구밀집 지역의 하나가 됐다. 신 명예교수는 “고한반도는 ‘태양이 가장 먼저 솟는 나라’(Land of the Sunrise)란 의미의 ‘아사달’(고조선)이 정치체가 돼 문명을 형성한 지역으로서, ‘아시아’라는 용어도 여기서 나왔다”고 말한다.
5만3000년 전 제4 빙하기의 ‘최후의 빙기’(뷔름빙기)를 맞았을 때 동북아의 인류는 북위 40도 이하 고한반도의 동굴지대에 모여 살다가 1만2000년 전 전 지구가 온난화하자 동굴 등에서 나와 북방 툰드라 지대에 연접해 ‘고한반도 초기 신석기인 유형’(밝족)을 형성했다. 고조선문명은 혹한의 자연재해와 싸워가며 탄생한 최초의 인류 독립문명이었다는 것. 신 명예교수는 “고조선문명은 신석기 시대 한강 문화와 대동강 문화, 요하를 사이에 둔 맥족의 홍산 문화와 예족의 신석기 문화가 하나로 통합돼 약 5000년 전 동아시아 최초의 고대국가 고조선이 건국됨과 궤를 같이하며 탄생한 인류의 세 번째 문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1928년 독일 학자들의 발굴·연구로 황하문명이 상(商)나라가 세운 문명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고조선 이주민들이 이동해 형성된 문명”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수메르-이집트-고조선-인도-고중국(황하)문명의 순으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신 명예교수는 문화일보의 연재에서 고조선이 갖췄던 고대 독립문명의 조건, 즉 △신석기 농업혁명 △청동기와 철기 제조 △고대국가 형성 △신앙·종교(단군신앙·Tengrism) △언어 통일 등에 대해 각종 유물과 기존 연구를 재해석하며 펼쳐나갈 예정이다. 신 명예교수는 “BC 108년 고조선 고대연방제국의 멸망으로 그 민족·부족이 정착지를 찾아 사방으로 퍼졌고, 이 이동·정착 과정에서 언어적으로 우랄·알타이어족이 생겨났으며, 신앙적으로는 텡그리즘(Tengrism)의 흔적이 동부 유럽 부근까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67년 국어학자인 김완진 교수와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교수로 갔을 때 우랄·알타이어족에 대한 연구성과를 처음 접하고, 그 기원이 한국어가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나의 고조선문명에 대한 연구의 단초가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신 명예교수는 “2013년부터 그룹을 만들어 고조선문명을 연구해 왔고, ‘고조선문명의 사회사’는 서울대에 유학 온 영국 박사과정 학생을 통해 영역(英譯) 중에 있다”면서 “다음 학기에는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고조선문명’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