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대한사랑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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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지킴의 고장, 전주
실록 지킴이: 안의(安義)와 손홍록(孫弘)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 봉안과 함께 전주사고(史庫)가 설치되
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안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 대
부터 철종 대까지 총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그 분량이
888책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서다.
전주사고는 1439년(세종21)에 설치되었다. 처음에는 실록을 승의사, 진
남루 등에 보관하다가 1473년(성종4) 경기전 동편에 실록각을 건립하고 여
기에 실록을 비롯한 국가 중요 서적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1592년, 왜적의 왜군이 침입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64세 안의와 56세
손홍록은 전주사고의 실록과 태조의 어진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전으로 달
려갔다. 당시 경기전의 전직(殿直, 사당의 청소를 비롯해 제사 때 신주의 출납 등을 담
당하던 직책)을 맡고 있던 오희길과 상의하여 태조의 실록 1300여 권을 소와
말 30여 마리에 싣고 정읍 내장산으로 피난했다. 이 날은 1592년 6월 22
일로 문화재청에서는 이들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2018년에 ‘문화재 지
킴의 날’로 제정했다. 내장산 은봉암에서 더 험준한 곳을 찾아 용굴암으
로, 다시 비래암으로 옮겨가며 안의와 손홍록은 1년 동안 단 하루도 빠트
리지 않고 숙직하며 실록과 어진을 지켜냈다. 이렇게 여러 번 옮겨졌음에
도 불구하고 습기에 의한 피해는 거의 입지 않았으니 실로 그 정성을 가늠
케 한다.
전주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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