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대한사랑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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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방격규구라는 형식의 청동거울은 한(漢)나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
니다. 그러나 백제인들은 기존 방격규구 디자인에 만족하지 않고, 독특
한 발상(2층 구조)을 더했습니다. ‘방격규구’ 형태의 요소들이 하나의 층
(Layer)을 이룬다면, 한 인물과 4마리 짐승을 그 위에 입체적으로 올려
1개 층(Layer)을 더했습니다. 한 인물과 4마리 짐승은 구성요소들 간에
비례나 조화를 무시할 뿐 아니라, 청동거울의 일부 요소를 가려 버립
니다. 방격규구 거울 도안보다도 ‘한 인물과 4마리 짐승’을 도드라지게
강조하려는 제작 의도가 돋보입니다. 인물과 4마리 짐승 부분을 자세
히 살펴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상투를 틀고 하의만 입은 듯 그려졌으며, 긴 창을 들고 맞
은 편에서 달려드는 맹수를 견제 혹은 공격하는 모양새입니다. 인물 뒤
로는 개로 추정되는 동물이 있습니다. 사람의 반대편에는 맹수가 초식
동물을 뒤쫓으며 달리는 장면입니다. 마치 맹수를 사냥하는 용맹한 무
사(武士)를 보는 것 같습니다. 수렵(狩獵) 활동을 중시하던 부여계 한민족
의 역동성을 표현했다고 추측됩니다. 그리고 청동거울에 새겨진 글귀
를 통해서 인간 세상과 다른 천상계에 대한 세계관, 불로장생의 샘물,
신선들이 먹는다는 과실 등 백제인들이 지니고 살았던 신선문화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원방각으로 설계된 문화유산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방격규구 형식 거울의 전체 구성 요소들을 짚
어보겠습니다. 청동거울 바깥 테두리를 보면 작은 ‘삼각형’이 반복되는
패턴이 촘촘하고, 원형 청동거울 중심부에는 사각형을 배치하여 ‘원방
각(圓方角)’을 표현했습니다. 원형과 네모는 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원만
하고 땅은 방정하다는 전통 철학 또는 사상)을 상징하며, 삼각형은 사람을 상징
하는데, 고대 동아시아에서 유행했던 방격규구라는 형식은 원방각 도
형으로 천지인(天地人) 철학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철학이 담긴 대
표적인 한민족의 청동거울이 단군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다뉴세문경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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