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대한사랑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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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장 기억에 남는 역사문화 활동은 뭔가요?

 2000년부터 [만인의총] 국가관리 승격운동을 시작했어요. 금산 [칠백의총]은 ‘국가 관리’
 인데 반해, 만인의총은 ‘전라북도 관리’였거든요. 2016년도에 국가관리로 승격시켜서 제
 관이 도지사에서 대통령(문화재청장이 대행)으로 바뀌고, 위상도 높아졌어요.
 그리고 지난 21년 2월,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에 남원 유곡리와 두락
 리 고분군을 조성한 가야 정치체의 명칭을 『일본서기』에 나온 지명인 ‘기문’으로 신청했어
 요. 정부가 대외적으로 기문이라는 용어를 쓴 건 전라도가 일본 속국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통탄할 일이죠! 그동안 기문 삭제 운동을 강력히 해왔고, 그 결과 문
 화재청에서 지난 23년 6월에 기문을 ‘운봉고원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수정한 국가 의견서
 를 유네스코에 제출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23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서기』 지명인 ‘기문’과 ‘다라’가 최종 등재문에서 삭제됐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던 기억을 잊을 수 없네요.




 일본 교토에 있는 만인의사들의 코무덤 봉환을
 위한 노력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만인의총도 국가관리로 승격되고, 만인공원도 조성이 되  전라도 천년사에 대해 처음에 어떻게
 고 일본 교토에 있는 코무덤 하나가 남았잖아요, 코와 귀  알게 됐는지,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가 잘려서 적국의 땅에 묻혀있는 경우는 세계사에 없대요.
                     21년 7월에 남원신문 창간 30주년 기념으
 ‘얼마나 고국에 돌아오고 싶을까?’   로 이덕일, 이매림 선생님 두 분이 남원으
 교토 코무덤에 가보면 봉분 위에 돌멩이를 얹어놨어요.  로 오셔서 강의를 하셨는데, 들으면서 그냥
 ‘돌 치워라, 돌 치워라. 봉분 위에 돌 치워라. 먼 남원 땅   머리가 딱 서는 거예요! ‘만약 우리 아버지   전라도 천년사 바로잡기 활동으로
 엄니 곁에 가리라.’ 이한꽃 교수님(한얼문화연구소 소장)이   이름이 따로 있는데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지난 5월에 일주일간 전북도청 현관 앞
 지은 ‘코무덤’ 시를 들으면 남원 시민들은 다 울어요.  일본식 이름을 누가 주장하면 그럼 가만 있     잔디밭에서 노숙하며 철야농성을 하셨

 우리 고향의 음식도 분명히 먹고 싶을 것 같아서 일본에서   을 거예요? 이거 안되겠다!’ 그래서 사람들  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요?
 사지 않고 여기 남원에서 손수 다 만들어서 박스에 숨기고   을 모아서 남원은 기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무관심이죠.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북도지사
 가서 몰래 제를 지냈어요. 2018년부터 한 3년을 지냈는데   설명했어요.                  는 면담을 안 해주고 있답니다. 특히 전북도
 코로나 이후로 못갔어요.       강의를 듣고 그해 8월 2일에 성명서를 발표                청은 시위를 하면 아예 문을 잠가 버려요. 안
 그리고 일본에서 교토에 있는 문화보존과장과 간담회를 했  했는데, 남원에서 제 장점이라면 그거예요.     에 청원경찰들이 있는데 원숭이 보듯 하고 문
 어요. 우리는 남원시민 자격으로 갔는데 이건 교토시와 남  알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행동으로      을 딱 걸어 잠그더군요. 덕분에 새벽에 화장
 원시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와 국가의 문제라는 답변을 들  옮기는 거예요.                    실을 실외로 가야했어요. 5월이라도 아직 날
 었어요. 이 일은 진짜 국가가 나서서 빨리 해야할 일이라  이 체면 저 체면 다 보다보면 실행할 수 없   씨가 추웠고 비바람도 심했지요. 그래서 인간
 고 생각해요. 코무덤을 이장해오는 일을 외교부와 하고 싶  으니까요. 썩은 곳은 도려내고 곯은 곳은 짜   의 기본 생리적 욕구를 그렇게 행정적으로 막
 었는데 전라도 천년사 문제가 터진 거에요. 그래서 지금은   내고 전염될 곳은 차단해야죠.          아버리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게 먼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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