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대한사랑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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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까지 봉사와 역사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해요.

                                                아버지께서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셨고, 집안 형편도 어려
                                                워 중학교를 갈 수 없었어요.
                                                그때 근처에 있던 군부대에서 청소년을 모아서 야학을 운

                                                영했는데, 사병들이 낮에는 근무하고 저녁 6시부터 9시까
                                                지 공부를 가르쳐줘서 저도 수업을 들었어요. 어머니께서
                                                아버지 몰래 개구멍으로 책 보따리를 쑥 넣어주면, 저는 대
                                                문 밖으로 나가 책 보따리를 찾아서 야학을 갔어요. 그리고
                                                농삿일을 해야 하니까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책 보따리를
                                                들고 아버지가 안 보이는 산 바위 밑에서 힘들게 공부를 했
                                                어요. 아버지가 세상 떠나시면서 “너를 가르쳐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시며 많이 울고 가셨지요.


                                                집에서 중학교도 안 보내줬는데 고등학교는 어떻게 보내주
                                                겠어요? KBS남원방송 <오늘을 산다> 프로그램에서 크리
                                                스마스 전날 후원자를 모집하는 방송을 했는데 일반 후원
                                                자가 안 나타났어요. 그랬더니 그 부대에서 “중학교 과정은
                                                사병들이 해줬으니 고등학교 과정은 우리 장교들이 하자!”
                                                해서 장교들이 남원여고 3년간 학비를 대줬어요.


                                                19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에 부대의 사단장님이 직접
                                                축하하러 오셨어요. 선물도 주시고 시골에서 잘 먹어보지

                                                도 못한 돈까스도 사주셨는데 제가 여쭤봤어요.
 “  저는 시골에서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이 은공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네가 사회인이 돼서 돈이 있으면 돈으로,

                                                기술이 있으면 기술로, 시간이 있으면 시간으로
 손으로 김도 매고, 지게에 볏단을 6~7단 지고, 리어카도 끌어보고,
                                                사회에 환원하면서 살아라. 그게 은공을 갚는 일이다”
 농삿일은 안 해본 게 없어요.
                                                그때 그 분이 하신 이 한마디가 제 인생을 이렇게 만들었
 자원 봉사할 때도 수해현장이든 어디든 아무것도 안 무서워요.
                                                어요.
 제가 제일 먼저 고무장갑 끼고 여기서 제일 하기 싫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화장실~!" 그럼 화장실 청소를 제가 딱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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