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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정립 위한 제언④ 임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가야사 정립 위한 제언④ 임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도명 스님 2021.07.12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가야불교연구소장


국가를 형성하는데 있어 영토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며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전쟁의 원인은 강역의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 영토의 중요성에 대한 옛날이야기가 하나 있다. 흉노족의 영웅으로 알려진 묵특선우는 강력한 이웃 나라인 동호(東湖)에서 죽은 선우의 아버지가 탔던 천리마를 달라고 했을 때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동호에서 선우의 후궁을 달라고 했을 때도 신하들의 반대를 누르고 주었다.


이윽고 동호는 간이 커져 흉노 사이에 버려져 있던 불모의 땅을 달라고 하였다. 묵특이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을 때 그들 중에 "어차피 못 쓰는 땅인데 줘도 좋습니다." 하였다. 이에 묵특은 불같이 화를 내며 "영토는 나라의 근본인데 어찌 준단 말인가" 하며 불모지를 주자고 말한 신하들을 모두 참수하였다. 역사에서 고대사는 언제나 현대사이듯 고대역사 속 나라의 강역도 현재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 일본이 독도에 대해 떼를 쓰는 것도 과거에는 자기네 것이라는 거짓 논리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일본이 정사라고 말하는 역사서인 일본서기를 학자들은 독이 든 복어에 비유한다. 맛은 있는데 잘 못 먹었다간 아주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그럴싸하지만 잘못 인용했다간 낭패를 당한다는 일본서기! 이러한 일본서기에서 말하는 임나일본부의 임나는 과연 어디인가? 일본서기 <숭신 65년조> 기사에서 `任那者 去築紫國二千餘里北阻海 以在鷄林之西南`이라 말한다. "임나는 축자국으로 이천 여리 가는데 북쪽은 바다로 막혀있고 계림의 서남에 있다." 숭신천왕 65년은 서기전 33년으로 가야가 건국된 서기 42년보다 75년 전이다. 임나는 가야가 건국되기 75년 전에 이미 있었는데 어떻게 임나가 가야라고 우기는지 모를뿐더러 위 기록에서 말하는 임나의 위치는 축자국으로 2000 여리 가야 하고 북쪽은 바다로 막혀있다고 했는데 김해나 고령이 어디 바다로 막혔는가. 北阻海에서 `막힐 조` 자를 `험할 조` 자로 보아도 북쪽은 험한 바다이지 육지가 아닌 것이다. 바다로 막히거나 험한 바다라는 이 조건을 맞추려면 결국 대마도나 일본 열도내가 될 수밖에 없다. 대구 출신으로 방북한 역사학자 김석형은 1963년 발표한 <삼한삼국의 일본열도 분국설>에서 고대 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가 일본열도에 진출해 분국을 세웠다는 `分國說`을 발표해 일본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또 임나는 가야계가 열도 내에 진출해 세운 소국이라고 하였다. 반도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일본 열도 내의 오까야마 일대였다고 논증하였다.


그리고 1987년 부산대의 이병선 교수는 언어와 지명연구를 통해 임나가 대마도임을 밝혀 당시 일본학계에서도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중국 기록인 翰苑과 宋書에서도 가야와 임나는 다른 나라로 나온다. <송서 왜국>조에는 `二十八年 加使持節都督 倭新羅任那加羅秦韓慕韓六國諸軍事 安東將軍如故`이라 말한다. 그 뜻은 "원가 28년(451) (왜국왕 濟)을 사지절 도독과 왜, 신라, 임라, 가라, 진한, 모한 육국의 군사로 삼고 안동장군은 옛날과 같이하였다." 남북조 시대 송나라 왕에게 왜왕이 품계에 대한 재가를 받는 상황을 묘사하였는데 임나와 가라는 엄연히 분리되어 있다. 이때의 육국 중에 있는 신라와 가라가 대륙 내의 신라와 가라가 아닌 열도 내 분국의 신라와 가라임은 당연하다. 서기 663년 백강 전투에서 패한 백제의 지도부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국가를 재정비하고 712년 <고사기>를 편찬하고 얼마 후인 720년 <일본서기>를 편찬한다.


8년 만에 국가적인 역사편찬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예외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작정하고 고대사를 왜곡하려는 의도가 이미 깔려있었으며 대륙에서의 패배를 역사 조작을 통해 위로받으려 했던 것 같다. 일본의 식민지 역사 정책은 꽤나 성공하여 지금도 우리 학자들은 수로왕 무덤이 진짜니 가짜니 하고 허왕후 도래를 부정하는 거꾸로 가는 가야사를 하고 있으며 역사를 모르는 지자체장들은 일본서기 지명인 남원의 기문국과 합천의 다라국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역사 왜곡은 한 세대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 일본 우익 정권과 중국 공산당 정권은 학교 교육을 통해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세뇌시키고 있는데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은 이들이 커서 "한국은 중국의 종속국이었다, 독도는 우리 땅인데 왜 한국이 점령했느냐"하면 어쩔 것인가. 과연 우리 후손들과 싸움 나지 않을까.


역사 왜곡의 씨앗이 나중에 맺을 열매를 생각하면 심히 우려스럽기에 수고스럽더라도 우리 역사를 지금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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