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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칼럼

유럽의 땅 발칸반도서 아시아 기마유목민 역사 펼쳐지다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장

유럽·아시아 연결하는 요충지…훈족·돌궐·몽골족 쟁투 벌여

슬로베니아의 블레드섬.<지평인문사회연구소>


발칸반도는 14세기 중엽~15세기 중엽 이후 근세에 이르기까지 기마군단 오스만 제국의 영역이었다. 필자는 발칸 동부의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그리고 남부 그리스 남동쪽의 터키 영역 등을 여행했으며 동부의 루마니아, 불가리아도 탐방할 예정이다.

발칸반도는 유럽 대륙의 남쪽, 지중해 동부에 위치해 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이 반도는 도나우강, 사바강, 흑해, 에게해, 지중해, 아드리아해 등으로 둘러싸인 산악이 많은 지역으로 동서 1300km, 남북 1000km, 면적은 50만5000㎢에 약 5700만명이 살고 있다.

자연환경이 어려운 만큼 지역들이 고립되고 민족적인 전통과 정서도 강한 곳이다. 유사 이래 수많은 세력이 쟁패하던 땅이었지만 지금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니그로, 알바니아 등의 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남동쪽 끝 부분이 터키 영토로 면적이 2만3764㎢(우리나라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합한 면적 정도), 인구 1062만명으로 터키 전체 면적의 3%, 인구의 14%가 사는 작은 지역이지만 터키 전체 GDP의 50%가 넘는 곳이다.

문명 충돌의 화약고 ‘발칸’

발칸반도 지도.<지평인문사회연구소>
이 지역에는 선사시대부터 일리리안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이 옮겨와 정착했으나, 그리스 시대에 와서야 국가들이 성립됐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발칸반도 대부분의 영역을 지배했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기원전 3세기에는 로마가 점령했고 이후 오랫동안 동로마 제국의 땅이었다. 4세기 후반 아시아 기마군단 훈족이 서방으로 침공해오자 이 지역 슬라브인들이 다수 발칸반도로 이주해왔다.

5~9세기경에는 아시아계 유목민 아바르족이 중앙유럽과 동유럽에서 활약하면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고 돌궐 시대에는 일부 서돌궐 세력이 발칸 지역까지 진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3세기에는 몽골의 타타르족이 점령하기도 했다. 14~15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이 약 400년간 발칸반도를 지배했고 19세기에 와서 오스만 제국이 러시아에 패퇴하면서 그리스, 세르비아 등의 독립국가가 설립됐다. 이렇게 유럽의 땅인 발칸반도에서도 오랫동안 아시아 기마유목민족의 역사가 전개됐다.

근세에 들어서도 발칸 지역은 열강이 쟁패하는 지역이었다. 1912년 1차 발칸 전쟁에서는 오스만 제국이 불가리아·세르비아·그리스 등 발칸동맹국에 패해 유럽 영토를 잃었다. 이 땅의 분할을 두고 1913년 제2차 발칸 전쟁이 일어나 불가리아가 세르비아·그리스·루마니아 동맹군에 패했다. 1914년 6월 세르비아의 사라예보에서 일어났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 암살사건이 도화선이 돼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칸반도에 는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탄생했고 그 중 유고슬라비아가 20세기 말에 벌어진 발칸 사태의 진원지다. 유고슬라비아는 6~7세기에 남슬라브족이 세운 국가로 1878년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했다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의 지배를 거쳐 1945년 공산당 주도로 사회주의 유고연방공화국을 수립했다. ‘요시프 티토(Josip Broz Tito, 1892~1980년)’가 강력한 지도력으로 통치했다.



특히 인도의 네루, 이집트의 나세르와 함께 미·소 냉전 시대에 제3세계라는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면서 그 능력을 세계에 떨쳤다. 그러나 1980년 티토 사후 종교 민족 간 갈등이 표면화하고 소련 동구권 붕괴를 거치면서 유고는 1991~2006년 동안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마케도니아·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 6개 국가로 분열됐다.

발칸 국가들은 종교와 인종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가톨릭 국가, 세르비아·몬테네그로·루마니아·불가리아·마케도니아는 정교 국가, 알바니아는 이슬람 국가, 보스니아는 가톨릭-정교-이슬람 공존 국가다. 이렇게 다원화된 것은 395년 로마가 동·서로 분리될 당시 발칸반도가 그 경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부는 서로마의 ‘가톨릭’, 동부는 ‘동로마 정교’ 영향권에 들게 됐고 두 세력의 완충 지대에 있는 보스니아는 후에 오스만 제국의 영향을 받아 여러 종교가 공존하게 됐다.

민족적으로도 슬라브인, 그리스인 외 슬로베니아인, 크로아티아인, 세르비아인 등 많은 소수민족이 혼재돼 있다. 이런 연고로 발칸은 기독교·정교·이슬람 문명이 부딪치는 ‘문명 충돌의 화약고’로 불린다. 특히 크로아티아·보스니아·세르비아 등은 민족과 종교가 얽혀 갈등의 진앙이 되고 있다. 유고연방의 분리와 해체 과정에서 1991년 6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자 슬로베니아 내전. 크로아티아 내전이 이어졌다. 이후 보스니아도 연방 탈퇴를 선언하면서 처참한 ‘보스니아 내전‘이 전개됐다.

유고연방의 맹주를 자처하던 세르비아는 연방해체를 막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보스니아에 침공했고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반군이 무장투쟁에 참여하 면서 크로아티아까지 개입하게 됐다. 1992년 4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3년 8개월에 걸친 전쟁에서 11만명이 대학살 등으로 사망하고 220만명의 난민이 발생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치명적인 전쟁으로 기록됐다.

발칸 사태는 ‘데이터 협정’으로 마무리되고 유고연방은 해체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98년에는 ‘정교·슬라브계 국가’인 세르비아에서 인구 200만명 중 이슬람 알바니아계가 80%를 차지하는 코소보 자치주가 분리 독립을 요구했다. 코소보는 약 500년 간 오스만 제국이 지배했으나 이후 세르비아가 합병한 지역이다. 세르비아가 반군과 알바니아계 주민을 대량 학살하는 잔혹한 인종 청소를 자행한 ‘코소보 내전’이 발발 하자 NATO가 무력 개입해 밀로셰비치가 통치하는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세르비아가 굴복해 사태가 마무리됐다.

발칸반도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자연환경을 볼 수 있지만 도시 곳곳에 남은 포탄과 총탄 흔적, 수많은 묘지는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역사적· 정치적·지리적으로 공통분모가 있다. 두 지역은 유라시아 기마유목민이 활약했던 광활한 유라시아 대초원이 끝나는 동부와 서부 양단의 지역이며 또 근세사에서 강대국들의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계의 화약고’다.

발칸반도는 오스트리아·오스만제국·러시아·독일·영국· 프랑스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제 1·2차 세계대전을 겪고 민족과 종교가 뒤섞인 국가가 형성됐다. 유사하게 한반도는 일본·청나라·러시아·독일·미국 등이 각축하는 무대였고 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국가라는 멍에를 지게 됐다. 각각 20세기에 가장 참혹한 내전을 겪었으며 지금도 분쟁 지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스만제국의 후예, 터키의 땅 아나톨리아 반도
터키 영토는 78만㎢(우리나라의 약 8배)로 3%가 유럽, 97%는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다. 아시아에 위치한 부분이 흑해·에게해·지중해로 둘러싸인 아나톨리아 반도다. 아나톨리아는 ‘해 뜨는 곳’이라는 헬라어로, 소아시아(Asia Minor)라고도 불렸다.

BC 2000년경부터 앙카라 부근에서 ‘히타이트 문명’이 시작됐고 이는 후에 철기 문화를 탄생시켰다. BC 8세기경부터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가 흥망을 거듭했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더스의 왕’의 나라 ‘프리기아’가 번영한 것도 이때다.

BC 6세기경에는 페르시아가 반도 대부분을 지배했으나 BC 333년 이수스 전투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를 격파한 후, 마케도니아 영역이 됐고 헬레니즘의 중심지가 됐다. 이후 로마 제국 시대를 거쳐 395년 동·서로마로 나뉠 때 아나톨리아 반도는 동로마 제국의 땅이 됐고 476년 서로마 멸망 후 기독교 세계의 중심이 됐다.

한편 몽골 고원에 등장해 6~8세기 초원을 지배했던 아시아 기마 군단 ‘돌궐’이 멸망한 후 투르크족은 서진을 계속했다. 이들은 960년경, ‘셀주크 장군’의 지휘로 실크로드를 따라 부하라·사마르칸트 등지로 이주했다. 이어 손 자 ‘토그릴’이 1037년 셀주크 제국을 건국했다. 셀주크 제국은 이란, 바그다드 등을 점령하고 이어 1071년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5만명의 투르크군이 20만명의 비잔티움 제국 군대를 격파해 아나톨리아 반도를 차지했다. 이 승리가 오늘날 터키가 이 반도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셀주크 투르크 일족은 1176년 비잔티움 제국을 격파하고 ‘콘야’를 수도로 ‘룸셀주크’를 건국하고 아나톨리아를 완전 지배하며 전성기를 누렸으나 1243년 몽골 제국에 멸망했다. 셀주크 제국 멸망 후 투르크족의 족장 오스만 1세가 부족을 통일해 1299년 오스만 공국을 건국하면서 600년 오스만 제국 시대가 막을 열었다.

오스만 제국은 1402년 몽골 후예인 정복자 ‘티무르’에게 ‘앙카라 전투’에서 참패해 침체기를 겪기도 했으나 재기해 마침내 1453년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켰다. 16세기에 술레이만 1세는 아나톨리아는 물론 발칸반도, 흑해 연안, 헝가리, 이집트와 지중 해를 장악해 대제국을 완성했다. 그러나 1571년 유럽 신성동맹군과의 ‘레판토 해전’에서 패배해 지중해의 주도권을 상실한 후 제2차 빈 포위 실패로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빼앗겼다. 당시 빈을 포위했다가 철수하면서 남기고 온 터키군 군수품 커피가 ‘비엔나 커피’의 유래라고 한다. 19세기 말에는 이집트, 아랍 지역,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에는 발칸반도, 아프리카를 모두 잃어 터키는 현재의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지역만 남았다.


터키 역사 교과서의 18세기 오스만 제국 영역.<지평인문사회연구소>
유라시아 대초원 지역은 만주에서 터키, 헝가리까지 8000km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이다. 이 드넓은 평원에서 기마군단이 2500년간 활약해 왔다. 이런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 이 지역의 역사는 매우 역동적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역사만으로는 전체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활약해온 기마 유목민의 ‘삶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전체를 봐야 그 역사를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터키에서 자기들은 몽골 고원에서 기원한 투르크인으로 그들 선조가 건설한 최초 국가는 ‘흉노’이며 유라시아의 대제국 ‘돌궐’은 투르크라는 이름으로 건국한 최초 국가라고 배우고 믿고 있다. 그래서 돌궐 건국년도 552년은 곧 바로 터키 건국년도가 된다. 돌궐은 이후 서진하면서 ‘셀주크 제국’ ‘오스만 제국’ 등을 차례로 건국했고, 터키 교과서는 그들이 오늘날 터키의 모체라고 가르치고 있다.

출처 : 인사이트코리아(http://www.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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