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칼럼
역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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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20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할 때,
누구든 필연적으로 그들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에 대한 견해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사실이 아닌 과거의 사실을 구별해주는 기준은 무엇인가?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란 무엇인가?
이것은 우리가 좀 더 꼼꼼히 생각해보아야만 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기초적 사실들은
보통 역사 그 자체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원료라는 범주에 포함된다.
그래서 사실이란 역사가가 허락할 때에만 이야기할 자격이 주어진다.
역사가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한다.
역사가의 선택을 받은 사실만이 ‘역사적 사실’이란 ‘상류클럽의 회원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그것은 이제부터 후원자와 보증인이 생겼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뒷빽’이 생겼다는 것이다.
선택받지 못한 사실은 과거에 관한 ‘비역사적 사실’이라는 낙인이 찍혀 지옥의 구렁텅이에 내팽겨처질 것이다.
이처럼 역사가의 취사선택은 모든 역사적 사실에 개입한다.
그것도 아주 막강한 힘으로 무소불휘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말이다.
최대한 좋게 말하면 ‘해석’이라는 요소는 모든 역사의 사실에 개입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그 모든 수많은 사실들 중
'극소수의 선택된 사실'만 살아남아
'역사적 사실의 전부(The facts of history')가 되었다.
고대사는 빈틈투성이다.
고대사는 깨진 조각 몇 개로 수많은 거대한 그림을 맞추는 것과 같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결코 사실의 완벽한 전부가 아니라
기존에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
영국의 전기작가 ‘리턴 스트레이치’는 “무지(無知)는 역사가의 첫 번째 필수품이다.”라고 말했다.
선택을 통한 단순화, 명료화, 또한 빼버리기도 하는 그런 무지 말이다.
이러한 역사가의 선택, 또는 무지는 오류나 왜곡의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또한 잘못된 것은
사실들만 끊임없이 축적하는 것이 역사의 토대라는 신념이 있다.
난 이것들을
사실들의 완전한 무덤이라고 생각한다!
19세기 사실 숭배는 문서들에 숭배로 완성되었고 정당화 되었다.
문서들은 역사가들이 원하는 ‘약속의 신전(神殿)’ 안에 있는 ‘보물상자’였다.
누구든 그 상자를 열어보기 위해선 머리를 숙이고 다가가 황송한 어조로 읊조려야 했다.
역사가가 원하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만 역사적 사실로 재구성되어 약속의 신전에서 부활할 수 있었다.
19세기
천진난만한 역사가들은
자신들을 가려줄 실오라기 한 줄의 철학도 걸치지 않고
역사의 신 앞에서 벌거벗은 채로 부끄럼도 없이 에덴 동산을 돌아다녔다.
마치 나체촌 주민들처럼~
오늘날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그 거북한 질문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contemporary history)다!”라고 선언했는데,
그것은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해서,
현재의 문제들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는 것임을 의미한다.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결국 모든 역사는 역사가의 정신 속에서 재현된다.
그 재구성 과정이 사실들을 역사적 사실들로 만드는 것이다.
역사가는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속한 사람이며 인간의 실존조건 때문에 자신의 시대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역사가’를 연구하라!
역사가를 연구하기에 앞서 그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
역사 연구는 원인에 관한 연구다.
끊임없이 새로운 맥락 속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이다.
또한 ‘어디로?’라는 질문도 제기해야 한다.
역사에서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역사가가 사실을 선택할 때 올바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뜻임이 분명하다.
과거를 다루는 역사가는 ‘미래의 이해’에 다가설 때에만 ‘객관성’에 접근할 수 있다.
역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을 확립할 때에만 의미와 객관성을 가지게 된다.
객관적 역사가란 이러한 사실과 가치의 상호과정을 가장 깊이 통찰하는 역사가인 것이다.
역사가는 시야를 넓혀 과거의 현재성을 인식하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여타 분야들을 모두 종합하고 상호연관을 검토하는
‘보편사(General history)'가 필요하다.
오늘날
수많은 역사가들이 역사관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무기력하다.
H.Carr는 회의와 절망의 시대일수록 한 사람의 역사가로서 현재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검토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득권 지식인들은
위기를 부추기고 회의주의를 전파하면서
역사의 변화를 부정하면서
지배층에 봉사했다.
H.Carr가 강조한 것은 과거 자체가 아니라 ‘현재의 역사가’였다.
결국 미래에 대한 전망과 관련된다.
과거에 대한 연구는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해명하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전망을
올바르게 세워나가는 데에 기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