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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eye] 일본이 섬기는 ‘신의 문자’ 한글

[특파원 eye] 일본이 섬기는 ‘신의 문자’ 한글  < KBS TV 신 강문 기자 >

 

라가나무가.jpg

<앵커 멘트>

일본 신사에서 제를 올리고 있네요!

그런데 가만 보시면 흰 종이의 글자가 굉장히 낯익지요?

네! "가무나가라" 한글과 거의 같네요?

이렇게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고대 '신의 문자'라고 부르면서, 제사까지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라는 게 사람을 따라 흘러 흘러 가고 변하는 것이라면 뭐 당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문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 원리와 시기가 정확하게 알려진 한글이 분명한데도, 애써 아니라고 외면한다는 것이죠.

한글 흔적은 분명히 있는데 한국에서 부터 받은 것은 아니다.

모순이 생겼군요!

신 강문 특파원이 취재해 온 일본에 남아있는 묘한 한글의 기운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리포트>

일본 신사에서 엄숙한 의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곳 신사의 수호신인 신의 문자, 이른바 '신대문자'에 올리는 제사입니다.

제사장 역할을 맡은 '궁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떠받들고 있는 것은 신의 문자가 쓰여진 하얀색 종이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낯익은 한글과 거의 똑같은 문자가 눈의 띕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하나씩 읽으면 '가 무 나 가 라' 입니다.

'라'의 ㄹ만 조금 변형됐을 뿐, 틀림없는 한글입니다.

<인터뷰> 후쿠다(나가오신사 궁사/제사장) : "가무나가라 '신의 길'이라는 뜻인데 '신'자체를 의미하기도합니다. 가무나가라 라고 합니다."

한글이 변형된 것처럼 보이는 신의 문자, 이른바 '신대문자'를 이처럼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인터뷰> 후쿠다(나가오신사 궁사/제사장) : "이것은 일본 고대의 이른바 '신대(神代)문자'입니다. 일본의 현재 언어 이전의 문자였다고 합니다."

신대문자를 모시고 있는 이곳 나가오 신사에는 돌로 만든 정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돌문의 윗부분에는 한글과 거의 비슷한 신대 문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신대문자를 사실상 신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1년에 한번씩 제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속속 모여드는 마을 주민들...이들이 믿고 있는 '신대문자'가 한글과 비슷하지 않느냐고 직접 물어봤습니다.

<녹취> 다노(주민) : "(신대문자 형태가 한글과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언뜻 보면 그렇지만 한글은 둥근 것이 많지 않나요? 신대문자는 둥근게 별로 없고 전부 직선입니다. 따라서 한글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형태와 발음이 한글과 흡사하지만, 주민들은 좀처럼 한글과 신대문자와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입니다.

<녹취> 다나베(주민) : "이것은 일본의 '가나'문자가 있기 전의 신대문자로 들었습니다."

<녹취> 하타노(주민) : "한글과 비슷하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지만, 이 문자는 신에게 올리는 일본 고대의 문자로 알고 있습니다."

한글을 일본 고대 신의 문자로 섬기었던 흔적은 일본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와 교류가 많았던 오카야마 등 서일본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마을 입구 한쪽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돌비석...

한눈에 봐도 한글과 비슷한 신대문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비석의 내용은 이 지역에서 불리던 옛 노래의 가사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고유 문자인 '가나'를 쓰지 않고 굳이 신대문자를 새겨 넣은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곳곳에 남아 있는 기묘한 신대문자의 흔적들...

이 문자의 제작 원리 등이 적혀 있는 고문서가 최근 한국 연구자에 의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19세기에 쓰여 진 이 책에는 신대 문자의 모양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이른바 '창제 원리'를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자체로 쓴 신대문자는 물론, 한자의 초서체처럼 흘려서 쓴 신대문자 글자체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갖가지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지만, 한국 학계에서는 이 신대문자가 한글의 위조해 만들어 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약 200년 전 일본 국학자인 히라다 아쓰다네가 당시 조선의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신대문자를 날조했다는 것이 우리 학계의 정설입니다.

<인터뷰> 김문길(부산외대 명예교수) : "가타가나,히라가나는 일본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글이다, 이 글을 버리고 조선 글이 훌륭하니까, 세종대왕의 글을 그대로 가르치려니 낯부끄럽고 그래서 변형시키서 만든 거죠."

문제는 신대문자가 위작임이 드러난 뒤에도 일본 내 에서는 여전히 신대문자에 대한 믿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열도 곳곳의 신사에서는 신대문자를 여전히 신앙의 대상으로 추앙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 고대 문명의 미스테리를 담고 있는 신비한 문자로서 소개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녹취> 일본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 "이것은 오래된 신대문자입니다. 어느 정도 오래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옛날의......."

특히, 최근에는 우경화 바람을 타고 일본 고대 신대문자를 본떠 한글이 만들어졌다는 황당한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문길(부산외대 명예교수 ) : "이들 (우익) 그룹들은 아직까지 이 글자(신대문자)가 신이 일본 천황에게 준 글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약 200년 전 일본 국학자에 의해 탄생한 한글의 또 다른 형태인 신대문자, 아직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 같은 황당한 믿음은 거꾸로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67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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