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족 원형문화의 심장 소도蘇塗와 경당扃堂
최재목 기자
한류 문화, 이제는 음악과 춤, 음식 등에서 정신문화로 그 불길이 옮겨가고 있다. 세계인을 가슴 뛰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전승해 온 소도와 경당에 대해 알아본다.
지구촌 문화시대를 증명이나 하듯이 동방의 한국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억을 넘어서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나는 한국문화를 좋아한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 왜 저런 옷을 입는가, 노래 가사는 무슨 뜻인가?’ 하고 실시간으로 묻는다. 그리고 더 관심이 생기면 ‘한국인의 뿌리와 문화 정신은 무엇이며, 어디서 온 것인가?’라고 묻거나, 스스로 정보와 책을 찾아 공부한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물음에 대부분의 한국인은 정확하고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역사의 원형 DNA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원형문화 코드를 생각해 보려 한다. 대한의 찬란한 문화를 이어 오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대한의 뿌리를 찾아주는 『삼국유사』 「고조선」에 담긴 환국, 배달, 단군조선 시대의 문화 원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원형 중에서 삼성조 시대의 역사의 심장이자 동방 영성문화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소도와 경당을 소개할까 한다. 결론부터 말해서 9천 년 한민족 문화의 중심 터전은 한마디로 소도蘇塗와 그곳에 설치했던 경당이다. 우리의 고유사서와, 중국 역사서를 통해 살펴보자.
소도지립蘇塗之立에 개유계皆有戒하니 충효신용인忠孝信勇仁 오상지도야五常之道也라 소도지측蘇塗之側에 필립경당必立扃堂하야 사미혼자제使未婚子弟로 강습사물講習事物하니 개蓋 독서讀書 습사習射 치마馳馬 예절禮節 가악歌樂 권박拳搏(병검술並劒術) 육예지류야六藝之類也라 “소도가 건립된 곳에는 모두 계율을 두었는데, 충·효·신·용·인忠孝信勇仁이라는 오상의 도[五常之道]가 그것이다. 소도 곁에는 반드시 경당扃堂을 세워 미혼 자제로 하여금 사물事物을 익히게 하였는데, 대개 독서·활쏘기·말달리기·예절·가악·권박(검술을 겸함)으로 육예六藝의 종류였다.” (『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
속애서적俗愛書籍 지어형문시양지가至於衡門廝養之家 각어가구조대옥各於街衢造大屋 위지경당謂之扃堂 자제미혼지전子弟未婚之前 주야어차晝夜於此 독서습사讀書習射 “민간에서는 서적을 사랑하여 가난해서 천한 일에 종사하는 집에 이르기까지 각기 네거리에 큰 집을 지어 이를 경당扃堂이라 부른다. 자제들이 혼인하기 전에 여기에서 주야로 글을 읽고 활쏘기를 익힌다.” (『구당서』)
인희학人喜學 지궁리시가至窮里廝家 역상긍면亦相矜勉 구측실구엄옥衢側悉構嚴屋 호경당號扃堂 자제미혼자조처子弟未婚者曹處 송경습사誦經習射 “사람들이 학문을 좋아해서 가난하여 천한 일에 종사하는 집에 이르기까지 서로 삼가고 힘써서 길가에 모두 엄옥嚴屋을 지어 경당이라 부른다. 자제들이 결혼 전에 그 곳에 모여 경전을 암송하고 활쏘기를 익힌다.” (『신당서』)
우리는 중국 기록인 『구당서』와 『신당서』와 우리 기록인 『태백일사』에서 동시에 소도·경당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단군조선을 계승한 북부여와, 북부여를 계승한 고구려까지 경당이 온전히 보존된 것이다. 경당은 동방문화의 교육의 터전이자 심장으로 존재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소도·경당에서 한민족 원형 경전과 가르침을 만날 수 있다.
소도·경당 문화는 11세 도해 단군 때 배달국의 환웅천황을 모신 웅상문화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단군께서는 ‘국선소도’를 설치하게 하셨다. 국자랑을 훈육하는 유위자有爲子가 헌책하여 아뢴 글을 보면 ‘천경신고天經神誥’라 하여 「천부경」과 「삼일신고」가 있었음을 전하고 있다.
『단군세기』에 기록된 소도, 웅상 문화
경인원년庚寅元年이라. 제명오가帝命五加하사 택십이명산지최승처擇十二名山之最勝處하사
설국선소도設國仙蘇塗하실새 다환식단수多環植檀樹하시고 택최대수擇最大樹하사
봉위환웅상이제지封爲桓雄像而祭之하시니 명웅상名雄常이라
재위 원년인 경인(환기 5307, 신시개천 2007, 단기 443, BCE 1891)년에 도해 단군께서 오가에게 명하여 12명산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을 택해 국선소도國仙蘇塗를 설치하게 하셨다. 그 둘레에 박달나무를 많이 심고, 가장 큰 나무를 택하여 환웅상桓雄像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셨다. 그 이름을 웅상雄常이라 하셨다.
국자사부유위자國子師傅有爲子가 헌책왈獻策曰 유아신시惟我神市는 실자환웅實自桓雄으로 개천납중開天納衆하사 이전설계이화지以佺設戒而化之하니 천경신고天經神誥는 … 덕교가어만민德敎加於萬民하고 송성頌聲이 일어사해溢於四海니이다 하야 유시청有是請하니라 국자랑國子郞을 가르치는 사부師傅 유위자有爲子가 헌책하여 아뢰었다. “오직 우리 배달이 실로 환웅천황의 신시 개천 이래 백성을 모아 ‘전佺의 도’로써 계율을 세워 교화하였습니다. 「천부경」과 「삼일신고」[天經神誥]는 역대 성조들이 조명詔命으로 기록하였고, … 이렇게 덕과 가르침이 만백성에게 미치고 칭송하는 소리가 사해에 넘쳤다 하옵니다.” 그러고는 그렇게 다스려 주시기를 청하였다.
배달 신시神市의 이상적인 문화를 노래한 이 내용은 참으로 깊이 음미할 만하다. 자세히 보면 국선소도에 웅상을 정하고 전계佺戒로써 교화하고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강론하여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는 데에 이르면 한민족 문화의 DNA가 보이는 듯하다.
소도문화의 원형은 환웅천황을 모시는 웅상문화이다. 후대에 단군조선의 11세 도해道奚 단군이 이것을 대중화했다. 도해 단군이 열두 곳에 소도 터를 닦은 것이다. 영고탑寧古塔이라는 곳에도 소도 제천단이 있었다.
『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를 보면 ‘소도지측蘇塗之側에 필립경당必立扃堂’이라 했다. 소도 옆에는 반드시 경당을 세웠다는 것이다. 소도는 소생할 소蘇 자, 진흙 도塗 자로 끊임없이 소생하는 생명의 터전, 신성한 생명이 솟구치는 신성한 곳을 말한다. 이 소도는 환국, 배달, 조선의 문화 창조의 중심지였다.
경당扃堂의 ‘경’ 자는 원래 ‘문빗장 경’ 자다. 아래의 「고전」을 통해 ‘경’의 뜻을 가늠할 수 있다. 경扃이라는 것은 공경한다는 경敬 자와 통하므로 경당은 ‘공경을 배우는 집’,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집’이란 뜻이다. 그래서 경당은 학교 문화의 고향이요 문화 탄생의 공부방이었다. 동방 영성수행 문화에는 스스로 3·7도수로 21일간 빗장을 잠그고 집중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하나의 생활양식이 있었다. 홍산문화에서 발굴된 수행하는 남녀상은 그러한 문화를 보여준다.
경당에서 미혼자제로 하여금 충효신용인忠孝信勇仁이라는 오상지도五常之道를 배우게 했고, 독서와 활쏘기 등 육예를 가르쳤다. 유물만 있고, 정신문화는 전부 시베리아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기술한 국사 교과서와 달리 한민족 정신문화를 배우고 육예를 익혔던 것이다.
이처럼 중국보다 이른 시기에, 공자가 유교를 정립하기 이전에 이미 동방 조선 땅에 소도·경당 문화가 있었다. 이것을 최치원 선생은 풍류도風流道라 했다.
우리 선조들은 신교 원형문화의 인간관, 우주관, 신명관, 수행관 등의 인간교육을 경당에서 했음을 알 수 있다. 『태백일사』에서 상세히 전하는 것처럼, 단군조선의 아사달에도 환국과 배달의 광명문화를 배워 후손에게 전수하는 영성문화의 심장부로서 경당이 있었다. 그곳에서 「천부경」을 가르치고, 예절과 무술 등을 가르쳤다. 그리하여 성웅聖雄을 겸비한 동방문화의 주역, 낭도郎徒를 양성할 수 있었다.
이 경당에서 배우는 학동, 도생을 국자랑國子郞이라 했다. 『단군세기』를 보면, 환웅이 3천 명 개척단을 데리고 왔는데 그 정신을 국자랑國子郞이 계승한 것이다. 이 국자랑을 북부여의 천왕랑天王郞이 계승하고, 그것이 신라의 화랑으로 내려왔다. 고구려에서는 조의선인皂衣仙人이 그 전통을 이었다.
원광법사가 전수한 화랑의 계율 세속오계世俗五戒는 소도문화의 오상지도에서 나온 것이다. 충효신용인 오상지도는 유교에서 수입한 것이 아니라 동방 원형문화의 계율이었다.
실제로 원광법사는 자신을 찾아온 귀산과 추항에게 “불계로는 보살계가 있어 이를 십계로 삼고 있으나 ... 지금 세속오계가 있으니...”라고 말했다. 세속오계를 심신수양의 계율로 전수한 것이다.
오상五常의 도와 화랑花郞의 세속오계
- 忠 사군이충事君以忠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기어야 한다.
- 孝 사친이효事親以孝 효로써 부모를 섬기어야 한다.
- 信 교우이신交友以信 믿음으로써 벗을 사귀어야 한다.
- 勇 임전무퇴臨戰無退 싸움에 나가서 물러남이 없어야 한다.
- 仁 살생유택殺生有擇 살아있는 것을 죽일 때에는 가림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