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월간 대한사랑_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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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족의 9천 년 국통맥을 밝힌 『환단고기(桓檀古記)』 「태백일사」를 보면 “삼한의 옛
풍속에는 10월 상일에 둥근 단(天圓, 천원)을 쌓아 하늘에 제사 지내고, 땅에 지내
는 제사는 네모진 언덕(地方, 지방)에서 지내며,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는 세모진 나
무(角木, 각목)에서 지냈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여기에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방
정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제천문화와 천지인(天地人)의 삼재사상(三才思想), 그
리고 K드라마로 유명한 ‘오징어 게임’에도 등장했던 원방각(圓方角, ○□△)이 나왔
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경로효친 같은 좋은 풍습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
을 볼 때마다 택풍대과괘(澤風大過卦, ䷛)에서 우려한 대로 되어 가는 것 같아 서글
픈 마음이 든다. 주역 28번째 괘인 택풍대과괘를 보면, “서양의 못 물이 넘쳐나
서 동양의 정신문화가 뿌리째 썩고 있다.(大過는 大者 過也오 棟橈는 本末이 弱也라)”라고
경고하고 있다. 작금의 세태를 보건대, 서양의 무분별한 물질문화의 유입과 범
람으로 우리의 정신문화가 시들어가는 것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주역에서는 어려운 대과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이렇게 알려 주고 있다. “(제사)
자리를 까는데 흰 띠를 쓰니 허물이 없느니라(藉用白茅이니 无咎니라).” 즉 이 말은 제
사를 지내는데 맨땅에 제물을 차려놓고 지내도 되지만, 흰 띠로 만든 자리를 깔
고 거기에다 제물을 올려놓고 지극한 정성으로 제사를 모시는 마음으로 산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주역 51번째 괘인 중뢰진(重
雷震, ䷲)괘의 괘사를 보면 “우레가 치니 놀라지만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천둥소
리가 백 리 떨어진 곳까지 울려 놀라게 하나 제사를 지내는 사람은 죽지 않으리
라.(震來에 虩虩이지만 笑言이 啞啞이니 震驚百里라도 不喪匕鬯하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한여
름 장마철에 누구나 한 번쯤은 천둥소리에 놀라 잠을 깬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
도 백리까지 울리는 엄청난 천둥 번개라면 가히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천
지를 울리는 이 같은 우레는 어쩌면 지금 세상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칠흑 같은 한밤중, 폭풍우가 몰아치며 천지를 진동케 하는 천둥
과 벼락이 마치 진괘(震卦)의 시대인 양 느껴진다.더 뜨거워지는 지구 열대화 등
기후재앙,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깊은 수렁에 빠진 글로벌 경제, 종교와 이
념 갈등으로 끊이지 않는 전쟁, 그리고 탐욕의 야수로 변모하고 있는 인간 군상
들. 그래서 생사의 문턱을 넘나드는 불안한 세상에도 “조상선령을 잘 받드는 사
람은 천지가 뒤바뀌는 대격변기에도 결코 죽지 않는다.”고 공자께서 중뢰진괘에
서 말씀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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