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월간 대한사랑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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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르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 기록에 근거한다면, 유태인과 아랍인의 조상으
로 여겨지는 아브라함은 수메르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르 사람 가운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은 우르-남무 왕이다. 기원전
2100년경에 살았던 우르의 왕으로서 주변의 여러 도시들을 정복했던 사
람이다. 우르의 지구라트도 그가 건립하였다고 하며 또 법전도 편찬하였
다. 그가 남긴 우르-남무 법전은 함무라비 법전보다 약 300년 이전의 법
전이다. 커다란 섬록암 비석에 새겨져 모든 법조항을 알 수 있는 함무라비
법전과는 달리 우르-남무 법전은 깨어진 점토판에 전해져 단지 몇 개의 조
항만을 알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그 조항 하나에는 신체상해에 대한
금전보상이 규정되어 있다. 상대방의 이빨을 부러뜨리면 피해자가 가해자
의 이빨을 부러뜨리는 식의 복수형이 아니라 돈으로 상해를 보상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복수법 단계를 넘어선 수메르문명의 발전 정도를 보여주
는 지표의 하나가 될 것이다.
〈수메르 왕명록〉에는 비수메르 계통의 왕조들도 보인다. 아카드 왕조가
그러한 왕조들 가운데 하나인데 이 왕조를 세운 사르곤 왕(BCE 2270-BCE
2215)은 수메르를 처음으로 통일한 인물이다. 그는 키쉬라는 도시에 와서
왕에게 술을 따라주는 역할을 하다가 출세한 사람이다. 미미한 집안 출신
인 그가 어떻게 해서 왕이 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좌우간 사르곤 왕은 수
메르 북쪽에 아카드를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수메르 도시들을 지배하에
넣었다. 여러 족속들과 나라들이 포함되어 있던 사르곤 왕의 나라를 역사
학자들은 ‘제국’이라 칭한다. 그런데 이 아카드 제국은 수메르 문자를 비
롯한 수메르문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수메르문명은 아카드인들에 의
해 ‘수메르-아카드’ 문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역사에서는 이처럼 정복자가
피정복자의 우월한 문화를 받아들여 그 문화의 계승자와 전파자가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아카드 제국이 그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아카드 왕조의 지배는 약 200년 정도 지속하다가 구티인들에 의해 끝
이 났다. 점토판 문서 중에서 〈아카드의 저주〉라는 글이 전해온다. 사르곤
왕의 손자 나람신 왕이 니푸르의 엔릴 신전을 훼손하는 바람에, 엔릴 신이
진노하여 구티인들을 불러들여 아카드 제국을 멸망시키고 수도 아카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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