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대한사랑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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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제는 일제 강점 36년 동안에 있었던 사실의 왜곡에만 그                                                          해방 후 3년 동안 우리는 민족교육의 기초를 다지는데 실
                                  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 고대사도 일본 극우 논리를 그대                                                           패했다. ‘맥아더 포고문 제2조’에 모든 공공기관 근무자는
                                  로 받아 한국 역사학과 교수들이 여과없이 인용하여 서술                                                            그대로 자리를 지키라고 명령했다. 도리어 이 조치가 씻을
                                  하기 시작했다.                                                                                  수 없는 화근이 되었다. 미군정 3년 동안 일제식민지 교사
                                  서기 369년부터 562년까지 약200년 동안 일본이 한반도                                                         도 그대로, 교과서도 그대로 유지되었고, 그 교과서 내용이
                                  남부지방(가야 신라)을 식민 지배를 했다는 가짜 학설이 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일본부설인데, 한국 학자들이 이 가짜학설을 전폭적으로                                                            국회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반민특위의 친일파 청산은 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의 박물관 역사지도마다 이                                                            일경찰과 이승만정권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 식민지 노
                                  임나일본부설에 따른 일본의 임나 지명으로 변경해 표기하                                                            예교육의 잔재(독극물)를 걸러낼 정화장치(필터링)는 고장
                                  고 있다. 남원이 ‘기문’이고 합천이 ‘다라’라고 주장한다. 지                                                       나고 말았다.

                                  명에 대한 창씨개명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6.25전쟁은  민족교육을  더  어렵게  만들었
                                  김해국립박물관, 합천박물관, 대성동 고분군박물관, 창녕                                                            다. 반공지상주의는 민족보다 우선한 가치가 되었다. 빨갱
                                  박물관, 웅진백제박물관,                                                                             이에 비하면 일제 때의 친일매국노는 아무 죄가 되지 않았
                                  함안박물관 등도 창씨개명된 임나 지도를 내걸고 있다. 심                                                           다. 빨갱이 잡는 반공투사가 항일독립투사보다 더 위대했
                                  지어 작년도 유네스코 가야고분군 등재 신청서에도 이런 『                                                           다. 독립지사, 애국지사일지라도 빨갱이 누명에 걸려들면
                                  일본서기』의 임나 지명을 병기해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3대가 연좌제에 걸려 죽도록 고생했다. 정작 연좌제가 필
                                  샀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요했던 사람은 친일매국노였지만, 그들은 교묘히 빠져나가
                                  더 놀라운 것은 최근 광주, 전라남북도의 3개 광역단체가                                                           3대가 떵떵거렸다.
                                  24억을 들여 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라도 천년사』라                                                           항일독립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민족종교는 하루아침에 유
                                  는 책에도 일본의 임나 지명이 버젓이 표기되었다는 점이                                                            사종교, 미신종교로 농락당했다. 민족을 말할 중심세력은
                                  다. 심지어 그 범위가 유네스코 신청 때보다도 더 광범위                                                           설 자리를 잃고, 민족교육을 말할 공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해졌다. 남원의 ‘기문’은 물론이고, 장수를 ‘반파’, 해남 강                                                       고장난 정화장치를 교체하지도 못한 채 지금도 사용 중이
                                  진을 ‘침미다례’라고 적고 있다. 한결같이 임나일본부설의                                                           다. 급기야 세계화와 다문화의 덫에 걸린 민족교육은 이제,
                                  지명들로 꽉 차 있다. 임나일본부설이 한반도에서 일취월                                                            유치한 주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나마 해외에서 일고 있
                                  장하고 있다.                                                                                   는 한류를 보며 위안을 삼아야 할까.



                                                                                                                            어느덧 해방 80년을 바라보고 있다. 3독 청산은 고사하고 3독의 독화살은 더 맹렬히 우
                                                                                                                            리민족의 역사뿐 아니라 민족정기를 훼손하고 있다. 오장육부는 물론이요, 뇌세포에 이
       100년 전 단재 신채호가 ‘조선혁명선언’(1923년)에서
                                                                                                                            르기까지 손상을 입지 않은 곳이 없다. 파괴될 대로 파괴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아예 자
        “자녀가 나면, ‘일어(日語)를 국어라, 일문(日文)을 국문이라’하는 노예양성소-학교로
                                                                                                                            기 역사를 잊어버리는 치매와 건망증(健忘症)까지 걸린 것 같다. 이것이 망독(忘毒)이다.
        보내고, 조선 사람으로 혹 조선사를 읽게 된다 하면 ‘단군을 속여 소잔오존의 형제’ 라 하
        며, ‘삼한시대 한강 이남을 일본 영지’라 한 일본 놈들 적은대로 읽게 되며..”
                                                                                                                            아, 3독에 하나를 더해 4독이 되었으니,
       라고 통탄했던 일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단군은 그대로 허구의 신화이며, 한강 이남의
                                                                                                                            누가 이 4독을 제거하랴.
       경상도와 전라도와 충청도 일부까지 임나일본부설에 의해 그대로 점령당해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 독화살을 뽑을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월간 『대한사랑』이 이 일을 위해 창간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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